Shadow Shows
Shadow Shows - On Invisibility, Labor, and the Politics of Place
보이지 않는 풍경에 대한 선언
나는 강요된 가시성을 거부한다.
나는 풍경이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나는 침묵을 명령하는 권력을 거부한다.
나의 몸은 흔적으로만 남고, 나의 위치는 아시아 여성의 노동으로 새겨진다. 그러나 나는 풍경이 장소로서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음이야말로 발화다.
지워진 풍경 속에서 장소는 더욱 정치적으로 말한다.
비가시성은 침묵이 아니라 저항이다.
나는 보이지 않음을 선택한다.
나는 고정된 이미지를 생산하지 않는다.
나는 지워진 풍경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것이 나의 자기부정이자 나의 정치적 실천이다.
나의 풍경화는 자기부정이 장소의 이야기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나의 작업에서 풍경, 몸, 기억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이 작용하는 상황에 놓인 인간의 이야기가 박혀 있는 장소로 존재한다. 풍경화를 지우거나, 신체를 해체하고, 혹은 패턴을 판화로 찍어내는 행위는 모두 자기부정(self-negation)을 통해 장소가 가진 다층적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시도다.
Shadow 시리즈에서 나는 심리학적 의미의 그림자(Shadow)와 마주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나의 위치는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의 흔적으로만 풍경 속에 새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 풍경이 장소로서 보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비가시성 속에서 장소는 더욱 정치적으로 발화할 수 있으며, 오직 보이지 않음이야말로 풍경의 진정한 장소성을 강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풍경은 그려졌으나 지워졌다. Peggy Phelan이 Unmarked에서 말했듯, 어떤 것들은 가시화될 때 힘을 잃고, 오히려 ‘보이지 않을 때’ 정치적으로 더 날카롭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게 된 풍경은 생겨난다. 고정된 이미지를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보이지않는 노동을 반영함으로써, 자기부정의 미학적, 정치적 실현을 위하여 그것은 존재한다.
보이지 않게된 장소를 말하는 이유는 내가 강요된 침묵에 부과된 권력을 거부하면서 생겨난다. 이야기를 말함으로써 나는 지워진 풍경의 층위를 드러낼 것이다.
Shadow 시리즈는 내가 실제로 처음 미국으로 이주후 살고있는 도시 덴버의 Capitol Hill 을 그렸다. 이곳의 켜켜이 쌓인 LGBTQ+ 커뮤니티의 삶과 기억은 아시아 여성 이주자로서 내가 남기는 노동의 흔적과 어떤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이미 사회적 주변부적 정체성이 농축된 이 장소 속에서 또 다른 층위를 이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