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개인전 《핸디 러브 Handy Love》

22.9.21-10.4

무목적 갤러리

내 모든 게 마음에 든다고

너는 말했다

남색과 노랑의 대비처럼

진은영「사랑합니다」중에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

 

한 여자가 퍼즐을 맞추고 있다. 이 퍼즐은 한 조각만으로도 너무 완벽해서 모양이 맞아도 쉽게 연결되지 않고 빳빳한 종이 상자를 틈 사이로 끼워 넣듯 손으로 힘을 가해야 한다. 분명 맞아떨어질 모양인데 힘을 주어야 완성되는 데서 오는 의심. 연속된 의심이 모여 하나가 된 평면을 보면서 그래도 이게 맞았다고, 매 순간 있었던 불안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이 완성이 억지가 아닌지 다시 의심을 반복하는 마음은 퍼즐의 패턴을 닮았다. 이 퍼즐은 사랑의 오마주다.  

비슷한 모양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은 삶을 향한 경배라고 수임은 말한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를 수십 번 반복해 소리를 내면,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갔는지 가방으로 들어갔는지는 아무렴 어떠리, 그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풍경만이 어렴풋이 남는다. 〈Tessellation〉 시리즈에서 개별 문양은 스스로를 변주하며 거대한 전체를 채운다. 이 개별의 모양은 자기 내부의 테두리를 이동하면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의심할 것 없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반복이 패턴이 되면서 각각의 확신은 불확실한 허위의 풍경이 된다. 반복과 복제는 벽돌, 파도의 모양, 데이터 등의 소재를 통해 수임이 전작부터 천착해온 주제이다. 

테셀레이션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비교하면 사랑이란 지리멸렬할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그런데도 사랑이란 어떤 패턴이기도 해서, 향하는 곳이 어디든 간에 복사된 이모티콘 메시지처럼 반복적 이미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하트 모서리의 날카로움은 치명적이지만 그 반대편은 둥글다. 이 고안된 모양은 요란스럽게 뒹굴면서 전 지구촌에서 손쉽게 사용된다. 〈슈가슈가룬 sugar sugar rune〉과 동명의 만화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척도화되어 각각 다른 색으로 존재하는 하트로 등장한다. 이 만화에서 하트는 마계의 화폐로 사용된다. 이처럼 기호화된 하트, 그리고 수학 공식으로 만드는 헤슈타일은 비밀이 없고 그래서 편리하고 세련되고, 강박적이어서 간편하고, 어떤 때는 회피하는 자의 슬픈 도주를 떠올리게 한다. 너무 큰 사랑이 폭력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다소의 무력감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반복되는 지구의 자전과 공존 그리고 자연 현상의 연쇄 속에서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물로 자신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현대의 사랑이란 진화하는 돌연변이처럼 차이가 발생하는 패턴이다. 〈?? (Blunder)〉는 얼핏 보기에 〈Tessellation〉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규칙을 통해 구성한 모양의 나열인 듯 보이지만, 여기에 수학적 룰은 없다.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블런더(Blunder)는 체스 게임에서 좋지 않은 수나 중대한 실수를 의미하는데, 흑백의 반복 패턴으로 깔린 게임판 위에서 이는 다시 좋은 수로 뒤집힐 수도 있다. 〈?? (Blunder)〉의 하트 중심에는 균열의 톱날이 눈에 띈다. 반복의 가면 속에서 발견되는 이 차이의 충돌은 삶의 비밀처럼 물음표로 남는다. 〈I was born by S-section (Self-Section)〉에서, 스스로의 제왕 절개(C-Section)를 통해 태어난 두 섬은 파도 위 쌍둥이처럼 혹은 거울을 보는 자신처럼 존재한다. 타인의 모습이라도 널 찾아낼 거야 (BoA-공중정원) 라는 노래 가사처럼, ‘자신’들은 같은 눈을 부릅뜨고, 복제되면서 달라진다.

사람의 손은 완전히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지 못한다. 전시의 제목 《핸디 러브 Handy Love》는 이러한 손에 대한 사랑의 찬사이다. 핸디 러브는 다루기 쉬운 사랑, 섹슈얼리티, 폭력을 내재하면서도 어떤 노력과 의지,케어링, 공동체의 맞잡은 손, 십자가에 박힌 절대적 손이나 지구의 경이로움도 동시에 함의할 수 있다. 수임이 작업에 즐겨 사용하는 보색은 악수하는 손처럼 끈끈한 연대와 배척을 보여준다. 작가에 따르면, 푸른색은 본래 누구나 쓸 수는 없는 안료였으나 과학을 통해 평등한 색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다시 사랑. 수임은 땅 위를 달리고 파도를 타고, 손으로는 조개를 줍고 정원을 가꾸는 생활을 켜켜이 쌓는 작가다. 〈Handy Love 1〉, 〈Handy Love 2〉는 직접 주운 조개를 갈아 안료와 섞어 완성했다. 평등한 푸른색의 먹은 〈My garden〉의 퍼져 솟아오르는 줄기로 스며 있다. 〈Tessellation〉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그는 2016년부터 달을 그렸다. 달은 조류에 영향을 미치고 조류는 파도를 일구며 또 이는 인간의 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말한다. 반복 순환하는 삶의 경이, 그것의 모든 것들이 끔찍하게도 마음에 든다고, 그림 그리는 손은사랑을 말한다.

 

코발트는 사람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에게 필수적입니다. 제가 철저한 비건식을 할 때 챙겨 먹던 비타민 B12에 있는 무기물이고요. 광석으로 얻으려면 이슬람 문화권에서 많이 생산되는 코발트 광석에서 얻어야 하고, 이렇게 수입된 청색으로 중국에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그래도 좋은 쪽을 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입니다. 누구나 쓸 수 없었던 것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될 때. 과학은 세상을 좀 더 평등하게 만드는 데 있어 역할이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저는 과학이 자연을 동경하고 결국엔 닮아간다고 생각합니다. ― 2022년 9월. 수임과 주고 받은 편지에서.

글 조혜수